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영화이다. 1부 명량에 이어 부모님과 혹은 자녀들과 보아도 끊임없이 대화가 가능한 유일한 영화가 아닐까. 대한민국 명실상부 1등 영웅 이순신 장군님을 기리며 한산을 이야기해 보자.
1. 한산 대첩의 영웅 이순신 그리고 박해일
실화를 고증으로 만드는 영화들이 그러하듯 역사가 스포. 줄거리를 따로 말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임진왜란 당시의 한산 대첩을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전편 명량이 천만을 훌쩍 넘기며 대한민국 영화 흥행 1위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가졌지만 과잉 연출과 신파라는 평이 많았다는 걸 감독이 인지한 건지 명량에 비해서 담백하게 그려진 한산이다. 한산 대첩 당시의 이순신 장군의 상황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선조마저 의주로 피난을 가고 수세에 몰린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선 전투에서 거북선의 손상으로 출정마저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라의 운명을 바꿀만한 승리를 이끄는 고뇌와 무거운 책임감의 이순신 장군을 과잉되지 않은 감정으로 연기할 인물로 감독이 선택한 배우는 바로 박해일이다. 명량의 무르익은 노익장의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스러운 영화를 기대하고 온 사람들은 한산의 이순신 장군 박해일이 어색하거나 너무 정적인 인물로 묘사되어 답답함을 가질 수 도 있다. 하지만 임진왜란 초기의 급박한 상황에도 담담하고 소신 있게 학익진을 펼치는 젊은 이순신 장군 역의 박해일은 지난 명량의 과잉이나 신파라는 꼬리표를 떼어주면서 다음 마지막 화룡점정 노량으로 가는 중간 역할을 훌륭히 해내었다. 사실 전작이 엄청난 흥행을 이루었기 때문에 단점은 귀담아듣지 않아도 스코어만으로 콧대 높일 수 있었던 부분을 이렇게 포용해서 후속편에 반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신파라는 굴레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노력한 김한민 감독의 마인드는 칭찬할만하다. 물론 그런 과잉이 덜하고 코시국이라는 현실 때문에 천만 스코어는 달성을 못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배우 박해일은 올해 n차 관람 열풍을 불러일으킨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더불어 한산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했고,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김한민 감독에게는 미안하지만 헤어질 결심으로 수상했다.
2. 영화 한산의 또 다른 주인공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과 대척점의 일본군은 와키자카 야스하루로 변요한 배우가 열연했다. 이번 한산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이순신 장군의 영화이지만 변요한의 비중이 워낙 커서 변요한을 주인공으로 두고 이순신 장군을 그린 그런 영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만큼 변요한의 비중이 높았고 비중만큼 연기도 좋았다는 뜻이다. 명량에서 같은 역할을 조진웅 배우가 했었다는 걸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조진웅의 커다란 키와 몸집에서 나오는 카리스마나 갑옷을 입었을 때의 위압감은 우리가 익히 일본 장수를 떠올릴 때보다 훨씬 강력해서 더 큰 악처럼 다가왔다. 반면 변요한이란 배우를 우리가 생각할 때는 그다지 크지 않은 키와 체구. 이순신 장군에게 대적할 만한 카리스마를 떠올릴 수가 전혀 없다. 그러나 한산에서의 변요한은 우리의 그런 선입견들을 깨부순다. 갑옷을 입은 모습, 말투 어디에서도 연약함은 없고 작은 키나 왜소함을 느낄 수 없다. 이순신 장군에게 맞서 조선을 차지하고 자신의 야망을 펼치려는 일본 장수 와키자카만 있을 뿐. 한산의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 역의 박해일도 좋은 캐스팅이었지만 맞붙을 조연으로 변요한을 캐스팅한 것은 신의 한 수. 이 역할로 마찬가지로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당연히 한산으로 받았다.
3.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노량을 기대하며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장군 마지막 편 노량이 올해 촬영을 다 마치고 후반부 작업중이라는 소식이다. 명량의 최민식 배우, 한산의 박해일 배우를 이어 마지막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배우는 김윤석 배우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기 잘하기로 1위 2위를 다투는 배우라 연기에 대한 의심은 전혀 없을 것이고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말로 잘 알려져 있는 적에게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대사를 어떻게 할지 궁금할 뿐이다. 임진왜란 7년 차 전쟁의 끝에서 빨리 끝내고 싶은 일본과 이리저리 엮여버린 명나라 그리고 그 소용돌이 속에 나라를 지키려는 조선의 희망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 명량과 한산에서 모두 입을 모아 칭찬한 압도적인 해전의 웅장함이 노량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하고 영웅의 죽음을 어떤 식으로 기리는지 김한민 감독 최대한의 역량이 발휘되길 바라본다. 노량은 2023년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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